근저당 설정으로 본 대출규제 우회 논란, 무엇이 문제인가

 


집을 팔았습니다. 은행 대출을 받은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정치권이 며칠째 시끄럽습니다.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30년 가까이 살던 분당 아파트를 29억 원에 팔면서, 그 집에 17억 7,700만 원짜리 근저당을 잡아둔 일 때문인데요. "판 사람이 판 집에 근저당을 잡는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싶으셨다면 이 글 하나로 정리가 되실 겁니다. 어려운 등기 용어 없이, 무엇이 사실이고 무엇이 논란인지 순서대로 풀어보겠습니다.

근저당권이 뭐길래 — 매도인이 은행 역할을 한 겁니다

보통 집을 사고팔 때는 잔금을 치르는 날 소유권도 함께 넘어갑니다. 돈과 등기를 맞바꾸는 거죠. 그런데 이번 거래는 순서가 다릅니다. 보도에 따르면 매수인은 잔금 17억 7,700만 원을 아직 내지 않은 상태에서 소유권부터 넘겨받았고, 대통령 부부는 못 받은 잔금만큼을 그 집에 근저당권으로 설정해 뒀습니다.

쉽게 비유하면 이렇습니다. 원래는 매수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잔금을 치르고, 은행이 그 집에 근저당을 잡습니다. 이번에는 그 은행 자리에 매도인이 들어간 셈입니다. "잔금은 나중에 줘도 되는데, 못 주면 이 집을 담보로 돈을 회수하겠다"는 약속을 등기부에 적어둔 것이죠. 매수인 측은 지금 사는 집을 판 돈이 들어오는 10월쯤 잔금을 치르고, 그때 근저당을 말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개인 간에 충분히 할 수 있는 계약입니다. 실제로 사인 간 근저당 설정을 금지하는 규정은 없고, 관할 구청도 거래 절차상 문제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즉 불법은 아닙니다. 그런데 왜 논란이 될까요.

왜 '규제 우회'로 비칠까 — 은행은 묶여 있고, 개인 간 거래는 안 묶여 있어서

핵심은 현재 대출 규제의 구조에 있습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규제지역에서 시가 15억 원을 넘는 집은 주택담보대출이 최대 4억 원, 25억 원을 넘는 집은 최대 2억 원까지만 나옵니다. 29억짜리 이 아파트를 사려면 은행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이 2억뿐이니, 원칙적으로는 27억 원을 현금으로 들고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LTV·DSR 같은 대출 규제는 금융회사의 '대출'에 적용되는 규제입니다. 개인과 개인 사이에 돈을 늦게 받기로 하고 근저당을 잡는 것은 대출이 아니라 사인 간 채권·채무 관계라서, 이 규제망에 걸리지 않습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매수인은 매매가의 61%에 해당하는 17억 7,700만 원을 빌린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었는데, 은행이 아닌 매도인에게 빌린 모양이라 규제 대상이 아닌 겁니다. 이 지점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사안에서 쟁점이 된 지점들

보도를 종합하면 논란 포인트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매수인의 자금 부족입니다. 대통령실은 "당장 현금이 부족한 매수인의 사정을 고려해 잔금에 말미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현행 규제 아래에서 잔금을 마련하지 못한 매수인이 소유권을 먼저 받아간 거래라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일면식 없는 매수인에게 17억을 나중에 받기로 하고 소유권부터 넘기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일반인이 같은 거래를 했다면 자금출처 소명이나 세무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국세청은 고가주택 거래에서 사인 간 과다 채무가 발생하면 편법 증여 가능성을 들여다보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등기 속도와 재건축 일정입니다. 이 아파트가 있는 분당 양지마을은 재건축을 추진 중이고, 이르면 7월 말 사업시행자 지정 고시가 예상됩니다. 성남시는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라 고시일 이후에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원칙적으로 제한됩니다. 그런데 이번 거래는 7월 14일 계약, 16일 소유권 이전으로 이틀 만에 등기가 끝났습니다. 고시 전에 등기를 마쳐야 매수인이 조합원 지위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으니, 등기를 서두른 배경이 여기에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옵니다. 다만 이는 정황에 따른 해석이고, 당사자들이 이를 이유로 밝힌 것은 아닙니다.

셋째, 규제지역 거래라는 점입니다. 분당은 대출·거래 규제가 겹겹이 적용되는 지역입니다. 규제를 만들고 운영하는 쪽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의 거래가, 결과적으로 그 규제가 닿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졌다는 점 자체가 정치적 쟁점이 됐습니다.

양쪽은 뭐라고 말하나

"정상 거래"라는 입장.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근저당 설정이 당사자 간 협의로 가능한 통상적 거래 방식이며, 오히려 매도인인 대통령 부부가 잔금을 늦게 받는 불리한 조건을 감수한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30년 거주한 1주택을 시세보다 낮게 판 것 자체가 부동산 시장 안정 의지를 보여주는 조치라는 입장입니다.

"규제 우회"라는 입장. 국민의힘은 매매대금의 60% 이상을 매도인이 사실상 빌려준 '사금융'이라며, 정부가 만든 대출 규제를 스스로 우회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합니다. 규제로 자금 마련이 막힌 일반 국민은 쓸 수 없는 방식이라는 점을 문제 삼으며, 대출 규제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양측 공방은 "더불어근저당"과 "비난의힘"이라는 당명 조롱까지 오갈 만큼 가열된 상태입니다. 어느 쪽 말이 맞는지와 별개로, 합법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고 적절했느냐를 두고 다투는 구도라고 보시면 됩니다.

정리하며 — 진짜 질문은 '규제 사각지대'입니다

이번 논란을 걷어내고 남는 질문은 이겁니다. 은행 대출은 2억으로 묶어놨는데, 매도인이 17억을 외상으로 주는 건 아무 규제가 없다면, 이 규제는 누구에게 작동하는 걸까요. 매도인이 위험을 떠안을 여유가 있는 거래, 매수인이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거래에서는 규제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는 게 이번 사안이 드러낸 구조적 허점입니다.

실제로 대출 한도가 막힌 고가주택 시장에서는 이런 '매도인 금융' 방식이 앞으로도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있습니다. 사인 간 채권·채무까지 규제할 것인지, 한다면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계약의 자유와 규제의 실효성이 부딪히는 지점이라, 제도 보완 논의가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사안은 아직 진행 중인 뉴스입니다. 잔금 지급과 근저당 말소가 예정된 10월까지 사실관계가 더 나올 수 있으니, 이 글의 내용은 7월 22일까지의 보도 기준이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 이 글은 보도된 내용을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용 글이며, 특정 정당이나 인물에 대한 지지·비판 목적이 아닙니다. 부동산 거래 관련 판단은 법무사·세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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